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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나의 수첩들

나는 수첩을 좋아한다.
기록하고 정리해 두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처음으로 수첩 정리의 재미를 발견한 것은 고3 때였다.
매일 할 일을 기록하고 체크하는 수준의 단순한 수첩 정리였지만, 
계획을 실천하고 지우는 재미가 이토록 쏠쏠한지 처음으로 알게 해주었다.
그 재미를 비유하자면 게임에서 퀘스트를 해결했을 때의 쾌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 후 대학생활을 하면서는 진득하게 수첩 정리를 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와 싸이월드에 기록하는 것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군대에 가게 되면서 다시 수첩 정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 대대장 차량 운전병으로 복무하던 터라 차량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히 뭔가를 읽거나 끄적이는 쪽으로 습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2년 동안의 고민과 생각이 담긴 2권의 수첩은 좋은 추억거리다.

그리고 군대에 다녀온 후에는 3개월여의 남미 배낭여행 기간 동안 사용한 여행 수첩이 있었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역시 사진과 수첩이 수 년전 지구 반대편 추억의 8할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한번에 4가지 수첩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1. 매일 아침 일어나 손가는 대로 이야기든 뭐든 써 내려가는 Free Writing 노트. (퇴사 전 회사에서 받은 것)
2. 스케줄 노트 (라이넬다이넬 Plain Large)
3. 아이디어 노트 (몰스킨 Plain)
4. 묵상 노트 (라이넬다이넬 Plain Small)


회사를 그만두고 내 일을 시작한 지 어언 7개월이 되어 간다.
아직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터널 속에 있지만
그래도 기록들을 되짚어보며, 미래를 계획하며, 오늘을 기록하며 살고 있다.

이런 일들이 즐겁다.
새로운 수첩으로 바뀔 때마다 그만큼 더 새로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10년쯤 후에는 책장의 한 줄을 꽉 채울 만큼 많은 수첩들이 나의 역사처럼 남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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