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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하는이야기

03 서두르지 말 것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원고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처음이었다.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런데 얼마 후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계약하고 싶다고 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반려만 당했봤지 이런 연락은 처음이라 놀랐다.
100번 까일 각오에 대한 보상인가 싶었다.

하지만 다른 출판사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정중하게 거절 했다.
그러자 다른 원고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다.
신났다.
작업 중인 이야기는 많았으니까.
나는 신나게 원고를 마무리했고
몇 주 후 서둘러 몇 개의 원고를 그 출판사에 보냈다.

그렇다.
나는 서둘렀다.
참 많이 서둘렀다.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생기게 마련인데
나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그건 바로 충분히 퇴고하지 않은 원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당연히 원고는 반려 당했고 내 작업에 호감을 보였던 그 출판사와는 연락이 끊겼다.
냉정하게 다시 살펴본 내 원고는 처참했다. 
지금도 가끔 이불을 발로 차게 만드는 이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전에는 그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지 못할 것 같다.

서두르지 말자.
절대 서둘지 말고, 퇴고하고 퇴고하자.
좋은 인상을 줬을 때 더 신중해지자.
오늘도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 한가지 재미있는 건 먼저 연락했던 두 출판사가 아닌 다른 곳과 최종 계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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