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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하는이야기

06 계기

나는 대학교 새내기 때 처음 책 읽기에 빠져들었다. 사연은 이렇다.

대학에서 첫 일주일을 보내며 나는 크게 실망했다. 수업 방식도, 학생들의 태도도 실망스러웠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각종 모임도 관심 없었다. 이러려고 그 고생을 하며 입시를 치렀나. 대학생활에 회의가 들었다.
재수할까?
자퇴하고 일을 해볼까? 하지만 무슨 일을?
회의했고 고민했지만, 파격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그곳은 유일하게 내가 상상한 대학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용히 서가를 거니는 내가 진정한 대학생이 된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엉뚱한 결심을 한다.

“책으로 본전 뽑자."

'책 한 권을 만원이라 치고 딱 등록금만큼만 책을 읽자. 그래서 본전을 뽑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무슨 책을 고를지 몰라 서가를 방황했다. 표지가 예뻐서, 제목이 튀어서 읽었다. 
그러다 관심 분야가 생겼다. 나는 서서히 독서에 빠져들었다.

본전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책 읽기가 시작되었고,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이야기를 만드는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문학적이기보다 콩트에 가까운 이 입문 계기가 난 참 좋다.

비록 등록금 만큼 책 읽기는 매번 실패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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