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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하는이야기

07 좋은 그림


그림책 원고를 글만 계약할지, 그림까지 계약할지 한 출판사와 이야기가 오갈 때의 일이다.
그림까지 그리고 싶었던 나는 의욕적으로 원화 샘플을 보냈지만 번번이 거절되었다.
아, 거절당할 일이 왜 이리 많은가… 
지칠 대로 지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그려보기로 했다.
힘을 짜내 손바닥만 한 스케치를 몇 장이나 그려댔다.
그런데 한 아이가 내가 그려놓은 작은 스케치를 보더니 말했다.

“이 그림 나 주면 안 돼요?"
“왜?"
“너무 웃겨서 기분 나쁠 때 꺼내 보려고요."

아니 세상에 무슨 그렇게 달콤한 이유가 다 있다니?
나는 당장 그림을 잘라 아이에게 줬다.
아이 덕에 즐겁게 작업 해서 출판사에 보낼 수 있었다.
출판사는 꼼꼼히 내 그림을 검토했고
결국 글만 계약했다.

그래도 기분 좋았다.
적어도 한 아이에게는 인정받았으니까.
아직은 한 명이지만 점점 늘려나가면 되니까.
아이의 인정으로 내 방향에 대한 작은 확신이 생겼다.
테크닉은 키워나가면 되니까. 괜찮다.

언젠가 아이들이 슬프거나 힘들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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