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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04 어때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나는 내가 뭘 하는지 잘 몰랐다. 그냥 쓰고 그릴 뿐. 그래서 불안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먼저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는데 가족들이 곤란해 했다. 좋은 말은 해주고 싶은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당연한 일이다. 아동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의 눈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출판사 편집자에게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좋았다. 지금껏 받은 답장은 대부분 ‘저희와 출판 방향이 다르다’는 짧고 정중한 거절의 내용이었는데 이 메일은 길고 자세했다. 그래서 감동이 두 배였다. 메일을 발송한 시간이 밤 9시였다. 감동이 세 배가 됐다. 그걸 시작으로 편집자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점점 늘었다. 어떤 분은 원고에 대한 의견과 참고 도서.. 더보기
03 서두르지 말 것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원고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처음이었다.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런데 얼마 후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계약하고 싶다고 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반려만 당했봤지 이런 연락은 처음이라 놀랐다.100번 까일 각오에 대한 보상인가 싶었다. 하지만 다른 출판사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정중하게 거절 했다. 그러자 다른 원고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다. 신났다. 작업 중인 이야기는 많았으니까. 나는 신나게 원고를 마무리했고 몇 주 후 서둘러 몇 개의 원고를 그 출판사에 보냈다. 그렇다. 나는 서둘렀다. 참 많이 서둘렀다.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생기게 마련인데 나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그건 바로 충분히 퇴고하지 않은 원고.. 더보기
02 각오 “100번 까일 각오로 보내보려고." 퇴사를 하며 친구에게 한 말이다. 진심이었다. 10번은 몰라도 100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겠지 싶었다.하지만 거절은 예상보다 더 혹독했다. 반려 메일을 받은 날은 반나절 정도 마음이 너덜너덜한 상태로 보내야 했다. 물론 반려 메일은 정중했다. 그래도 거절은 거절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100번 까일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 원고를 만들고 투고했다. 그림도 글도 전공하지 않았고,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은 몰랐다. (데생과 수채화, 동시창작 수업을 들은 것은 조금 이후의 일이다) 지겹도록 거절당했지만, 가끔 첨삭지도 받듯 자세하고 좋은 충고도 들을 수 있었다. 원고를 좋게 봐 주는 출판사도 만났지만 쉽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더보기
01 이유 예전에 서울역에서 만난 한 편집자님이 물으셨다."왜 동화를 쓰게 되셨어요?"난 대답했다."아이들을 좋아해서요."솔직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난 왜 동화를 쓰게 됐지?' 며칠에 걸쳐 자신에게 물었다.이유라고 불릴만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아이를 좋아하는 것, 회사 일에서 보람을 찾지 못한 것,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것, 장 자크 상페의 그림에서 감동을 얻었던 경험…… 하지만 내가 찾는 대답은 더 근원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야 분명하고 충분한 이유를 찾았다. 바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의미 있는 것일지 궁금했다.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그걸 참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근질근질해 본 사람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