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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g

눈꽃여행 2001년 겨울.수능이 끝났고,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1년간 40명 중에 몇 등, 400명 중에 몇 등이니 하는 숫자에 일희일비했었던 나는수십만 명 중에 몇 등이라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숫자 앞에 덩그러니 놓였다.나는 그저 점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수십만 개의 점 중 하나… 그제야 작은 교실에 앉아 3년을 같이 보낸 이들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동지였다는 사실을.경쟁을 해야 했다면 그 대상은 나 자신과 시험 문제 혹은 시험 그 자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덩그러니 남은 무기력함 속에 시간이 흘러갔다.딱히 간절히 열망하는 목표도 없었건만. 그땐 왜 그렇게 힘이 빠져 있었을까?그렇게 2001년의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눈꽃이 보고 싶다"스스로 움직여 갈 마음조차 없으면서 무심코 꺼낸 말이었다.하지만.. 더보기
우유니, 배탈 그리고 밤하늘 울퉁불퉁한 고원 지대 위로 흙먼지를 날리며 덜컹덜컹 한 대의 Jeep가 달리고 있다. 흙먼지 날리는 고원 지대 위로는 시릴 듯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자동차에서는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저마다 풍경을 즐기느라 덜컹거림마저 즐거운 순간에 유독 한 사람... 나는 배를 움켜잡고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다. 그토록 기다렸던 우유니 투어를 하면서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것인가. 이야기는 우유니 투어 둘째 날 아침 식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가이드 부부가 준비해 준 파스타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들의 요리 솜씨는 아주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긴 붉은 호수 앞 테이블에 식탁보를 깔고 고지대의 푸른 하늘 아래 앉아서는 무엇을 먹어도 맛있게 느껴졌으리라. 무튼, 그렇게 식사를 하던 중 나는 속이 메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