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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ing

대구미술관 : 네오산수(Neo-Sansu)

바람이나 쏘일 요량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4월이지만 비가 온 뒤라 그런지 제법 날씨가 쌀쌀했다.
20분여를 달려 도착한 대구 미술관은 평일 오전이라 아주 조용했다.
스피커 사이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타고 텅 빈 주차장 사이를 가로질러 자전거 주차장으로 갔다.
자전거를 거치대에 묶어두고 걸어가는 계단 너머로 대구미술관이 보였다. 
건물 정면 우측에 '네오산수' 현수막이 보인다.
어떤 전시일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매표소에서 티케팅을 하고 관람하러 들어가기 전에 물을 한잔 마셨다.
매번 티케팅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대구미술관의 입장료는 정말 저렴하다. (1,000원 )
이 정도 시설에 이 정도 전시를 이 가격에 보는 것이 미안하다.
시민들에게 주는 혜택 같은 걸까?

전시장 안에 들어가니 고요하던 바깥과는 달리 활기찬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관람을 온 모양이다. 
노란색 체육복을 단체로 맞춰 입고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며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아이들과 동행하며 '네오산수'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

(* 전시된 많은 그림들이 모두 대단했지만, 여기서는 사진을 남겨둔 몇 작품에 대해서만 정리한다. )

1) 규모에 디테일을 더하기 
1전시장에는 '대한민국헌법'이라는 거대한 설치 작품이 걸려 있었다. 일단, 거대한 벽을 가득 메우는 크기가 시선을 압도했다. 그리고 가까이서 확인했을 때는 그 디테일함에 다시 한 번 압도되었다. 

형태는 단순하더라도 크기를 확대해 놓았을 때 작품이 주는 위압감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다고 느끼게 한 작품들은 몇 번 봤었는데, 이 작품은 거기에 디테일을 더해버리니 표현 방식의 호불호를 떠나 일단 감탄을 먼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 단순함으로 복잡함을 표현
아래 그림을 처음 봤을 때는 바로 앞에서 봤기 때문에 어떤 그림인지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혹시나 싶어 뒤로 몇 걸음 나가서 보니 아래와 같이 멋진 산수화가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레고의 1칸짜리 블록 같은 재료를 하나하나 붙여서 만든 작품이었다. 몇 가지 색으로만 저런 풍경을 만들어 낸 점과 블록을 하나하나 붙여서 만든 집요함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역시 종류는 다르지만 작은 재료들을 하나하나 붙여서 표현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 사진들은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매우 단순한 기법으로 복잡한 그림을 그렸고 위 사진과 같이 산속을 거니는 사람들까지 표현하는 세심함이 인상적이다.


3) 세상은 넓고 재료는 많다

처음 아래 작품들을 봤을 때, 단순히 타일에 얇은 펜 같은 것으로 그린 그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림 설명에 기증된 머리카락을 이용한 그림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재료를 보고 다시 자세히 하나하나 뜯어보니 정말 머리카락이었다. 
언제든 재료에 대한 핑계는 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뿐 아니라 모든 활동에는 재료가 필요한데, 어떤 일을 하든 재료가 없다고 투덜거리기보다 주변에서 항상 대체재를 찾고, 새로운 재료를 찾아서 사용할 줄도 알아야겠다.



4) 1700개의 그림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다.

수많은 작은 그림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처음엔 그림이 제법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설명을 보니 1700개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2004-2013년에 걸쳐 그린 그림들을 모은 것 같은데, 저토록 많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작가의 그림과 소재가 변해가는 흐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연도나 흐름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으니 그저 이 자체로 즐기는 수밖에 없지만. 

하나하나의 작품들도 모두 감각적이었다.



5)

아래 작품은 아이들이 참 좋아하더라 계단에 여럿이 올라가서 구경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6) 디테일!

매끄러운 얼굴 위에 오돌토돌한 여러 질감이 다이나믹하게 펼쳐져 있는 작품. 처음에는 머리에는 나무껍질을 씌워 놓은 건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지문으로 추정되는 무늬도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일일이 만든 것인듯했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만든 작품은 호불호를 떠나 일단 무조건 감탄하게 된다. 


7)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의 그림을

안두진 작가의 '먹구름이 오는 어느 날'이란 작품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표현들이 섞여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구름, 파도, 나무, 건물, 군인...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현란하게 표현된 개체들이 모여 이루는 풍경이 묘했다.





8) 반투명한 재질이 주는 느낌

캔버스 위에 반투명한 재질에 그린 그림들을 붙여서 표현한 그림 같았다. 평면적이면서 입체적인 그림이 참 매력적이었다. 마치 안갯속에 있는 마른 나무 덤불을 보는 기분이었다. 

아래 그림은 반투명 재질로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수풀 표현을 자세히 보고 싶어 찍어 보았다.


* bonus : Y artist 3 ( comfortable-Un-comfortable )

대구미술관 2층에서는 네오산수전 외에 박정현 작가의 comportable-Un-comportable 전시도 하고 있었다.
평소 사람이 적당히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의 독서가 더 집중이 잘되고, 비 내리는 소리가 주는 적절한 소음이 집중에 도움이 되며, 사람이 조금 붐비는 카페의 다양한 사람의 적당한 크기의 대화가 뒤섞여 배경에 깔릴 때 집중이 잘되는 경우가 많아서 주제에 공감되었다. 물론 작가의 의도는 더 심오한 것이겠지만.

작품도 좋았지만, 또렷하게 비치는 유리컵의 그림자가 매력 있게 느껴져서 찍어보았다.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라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사실 나도 아이들이 없었다면 가운데 조용히 들어가서 바닥에 드러누워서 구경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고개를 숙이고 뛰어다니면서 재미있게도 관람하더라.
귀엽네.


관람을 마치고 3층 라운지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작가들은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시간을 사용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늘 본 대부분의 작품은 집요할 정도로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만들었을 것 같다. 그들은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작품을 만들면서 결과가 보장되지 않았을 터인데 (물론 적절한 후원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 그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집념 있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중간중간 얼마나 고뇌했을지도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집념이 담긴 아름다운 결과물들을 보며 나 또한 자극을 받고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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