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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앞차 아이들



한 주의 업무를 마치고 대구로 가는 길은 편안하면서도 지루하다. 
그날도 편안한 지루함으로 진영을 지나고 있었다.
내 앞을 달리던 차량이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꾼다. 
나는 혹시나 다른 차가 내 앞으로 끼어들까 봐 용렬스럽게 차를 붙여서 운전한다. 
차가 완전히 차선을 변경하자 나는 얼른 앞차 뒤로 붙는다. 

'?' 

붙어선 자동차의 뒷좌석에는 두 여자아이가 뒤돌아 앉아 있었다.
뒤돌아 앉아 재미난 듯 따라오는 차들을 구경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형제들과 나는 뒤돌아 앉아 
목받이 틈 사이로 보이는 차들이 우리를 쫓아오는 악당인 마냥
총 쏘는 시늉을 하며 놀곤 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반가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아이들은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는다.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만으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이들은 뒤차의 아저씨가 보인 의외에 반응에 신기했는지 말 없는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운전 중이라 적극적으로 반응해 줄 수는 없었다. 
그저 아이들에게 닿을지 의문스러운 작은 미소를 짓고, 이따금 손을 흔들어 주는 수밖에.

그렇게 5분쯤 달렸을까?
앞차는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좌회전 대기선에 들어가 멈춰 섰고, 나는 그들을 지나쳐 갔다.

그 5분이 남은 1시간 동안의 운전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일상은 우리가 느끼는 것만큼 지루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작은 엉뚱함을 발견하고, 그것에 반응하고, 그것이 다시 내게 반응하는 작은 사건이 하루의 느낌을 바꾸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내 하루를 좀 더 관찰하며 살아 보려고 한다.

그러다 하루가 아닌 평생의 느낌을 바꿀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


* 훈훈한 듯 표현했지만, 자동차를 탈 때는 전 좌석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바른자세로 착석하는 것이 옳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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