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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면.

3. 완전 야생


요 며칠 저녁마다 동네 공원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어제부터 시작한 턱걸이와 평행봉의 영향으로 등과 어깨가 뻐근했지만, 오늘도 공원으로 나섰다.
이제는 반팔이 어색하지 않은 완연한 봄 날씨였다. 

화요일마다 열리는 장이 아직 한창인지 공원 주변이 시끌벅적했다.
나는 공원 구석 철봉에 매달려 끙끙거리며 턱걸이를 하기 시작했다.
한 세트를 마치고 벤치에 앉아 몸을 풀고 있는데 초등학생 둘이 자전거로 공원을 달리고 있었다.
공원에는 자전거길이 없어서 아이들은 잔디밭과 돌이 깔린 산책로를 달렸다.
'어휴, 울퉁불퉁해서 다니기 힘들겠다.'
나는 속으로 아이들을 걱정했다. 그리고 다시 철봉에 매달려서 끙끙거렸다. 
그 사이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온 아이들은 내 앞 돌길을 지나갔다.
그때 앞서 가던 아이가 뒤에 오는 아이에게 말했다.
"와~ 이거 완전 야생인데?"

아이들에게는 그런 울퉁불퉁한 길이 재미있었나 보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운동을 마치고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공원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인생 자체가 야생이야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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