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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조준 유도 스티커와 디테일

넛지(Nudge)라는 책에는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화장실 환경 개선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남자들은 잘 알겠지만 공공 화장실의 소변기 주변은 더러워지기 쉬운 곳이다. 스키폴 공항에서는 화장실의 더러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도 시키고, 경고문도 부착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 한 마리를 붙여 놓자 남자들은 자연스레 파리를 조준하기 시작했고 소변기 주변은 이전보다 많이 깨끗해졌다고 한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재미있는 아이디어 하나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화장실의 환경을 개선시킨 것이다.


내가 자주 가는 서점 화장실에도 조준 유도용 파리 스티커가 붙어있다.
처음엔 좋은 사례를 적용한 서점 측이 센스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서는 실망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래 좌측 그림은 실제 서점 화장실에 스티커가 붙어있는 위치를 표현한 것이다.
스티커는 화장실에 들어왔을 때 가장 눈에 잘 띄는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위치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실제로 소변기를 사용할 때는 스티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우측 그림과 같이 가까이 붙어 섰을 때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약간 아래쪽에 위치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 아마 스티커는 화장실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붙이지 않으셨나 추측해 본다. 남자 소변기를 실제 사용해 본 적이 없으셔서 스티커 위치 선정에 실수를 하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스티커를 붙여봤자 소용도 없구먼'이라고 생각하셨을지 모르겠다. 

[그림1] 서점 화장실에 부착된 파리 스티커 위치 (좌),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 스티커가 부착되어야 할 위치 (우)


살면서 무엇을 하든 놓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 하는 순간에 한 걸음만 더 나가보자.
디테일을 놓치지 말자.


스티커를 붙이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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