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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검은 고양이의 허술한 뒷태

집 근처에 검은 고양이가 한 마리가 살고 있다.

티 없이 검은 몸에 노란 눈동자를 가진 굉장히 우아하고 카리스마 있게 생긴 고양이다.

그런데 요 몇 달동안 녀석과 마주치다 보니 생김새와 다른 허술한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하루는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왔는데 요놈이 나를 보고 1초 정도 멍을 때리더니 화들짝 놀라는 거다.

그러곤 모양 빠지게 큰 대자 모양으로 담벼락으로 뛰어올라 도망쳤다.


보통의 고양이 라면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미 재빠르고 우아하게 담벼락에 뛰어올라 나를 도도하게 지켜봤을 텐데...


어느 날은 집 앞에 주차를 하려는데 내가 주차하려는 자리 근처에 요 녀석이 늘어지게 누워서는 뒹굴뒹굴하고 있는 거다. 

나는 혹시라도 놀랄까 봐 천천히 주차를 했는데 이 녀석은 눈치 없이 계속 뒹굴거렸다.

그리고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또 1초간 '어떡하지?' 하는 표정으로 멍을 때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또다시 허겁지겁 자리를 박차고 도망갔다.

주차하는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아무튼, 이런 허술한 모습을 보고 나니 집 주위에서 녀석을 마주칠 때마다 반갑고 정이 간다.

확실히 허술한 모습에는 심리적 거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아직 어린 고양이 같던데, 시간이 지나면 똑똑하고 도도한 고양이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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