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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에게

#27. 사랑하는 표정

온유의 모든 표정을 좋아하지만 유독 사랑하는 표정이 있다.
바로 똥 싼 후의 표정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름 이유가 있다.
일단 똥을 누면 눈빛이 엄청 순수하고 선량해진다.
마치 이 일은 자기와 무관하다는 듯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다.
그리고 절대 눈을 맞추지 않으며 뒤처리 하는 우리를 외면한다.
심지어 이 모든 상황을 초월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 선하디선한 외면의 표정은 정확히 똥을 눈 순간부터 엉덩이를 씻기고 새기저귀를  입힐 때까지 지속된다.
그리고 뽀송한 기저귀를 입히고 나면 그제야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찡얼거린다.
오줌은 누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인데 신기하다.
덕분에 대소변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으니 우리로서는 고마울 뿐이다.
거기다 웃기고 귀엽기까지 하니 그 표정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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