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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에게

#38 아침 산책 온유는 앉아서 놀고, 기기도하는 8개월 아기가 되었다. 이제 외출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아침 촉을 세우고 온도, 습도, 바람을 체크했다. 그리고 ‘지금이다!’ 싶으면 바로 아침을 챙겨 산책을 나섰다. 아침 시간 텅 빈 동네 놀이터 정자에 앉아 여유를 부리면 유치원, 어린이집으로 출근하는 아이들과 바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온유는 그런 게 재미있나 보다. 고개를 바쁘게 돌리고 눈을 반짝이며 한참을 지켜본다.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구경도 하다 보면 온유가 스르르 잠든다. 잠든 온유를 유모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걸음이 가볍다. 여행 같은 아침이었다. 가을에는 이런 날이 더 많겠지? 기다려진다. 더보기
#37 전화 온유의 관심을 끄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요즘은 통화하는 척이 좀 먹힌다. 온유가 뭘 하든 “여보세요?” 하면 십중팔구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데 그럼 또 온유를 실망시킬 수 없어 통화하는 척 연기를 시작한다. 그럴듯하게 시작했다가도 곧 아무 말 대잔치로 바뀌고 어느새 연기에 몰입해 열을 올리는 우리를 본다. 즐겁다. 더보기
#36 무용담 우리는 종종 온유를 어떻게 재웠는지 이야기하곤 한다. 마치 대단한 무용담이라도 되는 듯 진지하게 털어놓는 모습은 우리가 봐도 웃기다. 하지만 비트박스나, 힘찬 율동과 노래 등 신기한 방법으로 재우고 나면 이야기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우리는 확실히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ㅋㅋ 더보기
#35 발견 인대염증으로 깁스를 한 요즘 입으로 부지런히 온유랑 놀고 있다. 몸을 쓰지 않고 어설픈 비트박스와 각종 의성어 의태어, 정체불명의 노래를 쏟아내며 노는 것도 재미있더라. 그러다 우연히 어떤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었다. “우~ 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그랬더니 온유의 양 입꼬리가 내려가며 울상을 지었다. ‘뭐지? 왜 울상이지? 설마 멜로디 때문에?’ 우연이지 싶어 한 번 더 흥얼거려 본다. “우~우우.” 이번에는 도입부에서 바로 울상이 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황을 바꿔가며 시간차를 두고 실험해 봤다. 놀랍게도 멜로디를 흥얼거릴 때마다 울상을 지었다. 게다가 두 번 이상 연달아 흥얼거리면 닭똥 같은 눈물을 똑똑 흘리기까지 했다. 도대체 왜? 이 멜로디에 무슨 비밀이 있길래… 특정 행동이나 소리.. 더보기
#34 첫 미술관 급한 일을 하나 넘겼다. 한숨 돌리고 온유랑 노는데 이럴 수가. 날씨가 너무 좋잖아. 맑은 데다 미세먼지까지 없는 날을 놓치면 안 된다. 일은 내일 또 하면 되니까. 서둘러 예약을 하고 미술관으로 달려갔다. 미술관 방문은 임신때부터 기대해 온 터라 궁금했다. 넓은 공간 큰 그림 앞에서 온유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평일 낮,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예약제로 바뀐 탓에 텅 빈 미술관은 참으로 쾌적했다. 느릿느릿 유모차를 밀고 여유를 만끽했다. 온유는 역시 잘 자더라. 가끔 웃고, 찡얼거리기도 하면서. 아직 감상은 무리겠지. 그래도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종종 다니며 즐기자. 예술을 즐거워하는 온유가 되길. 더보기
#33 쑥쑥 자라네 밀린 작업으로 정신없는 사이 온유는 쑥쑥 자랐다. 끙끙거리며 뒤집기를 연습하더니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기를 하게 되었다. 이제 잠깐 한눈만 팔면 뒤집어 있을 정도다. 뒤집고 끙끙거려 안쓰러운 맘에 눕혀 놓으면 또 바로 뒤집고 혼자 끙끙거린다. 안쓰러운 건 부모 사정이고 자신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을 테지. 되집기, 배밀이, 기고, 앉고, 걷는 것 모든 게 기다려진다. 빨리 보고 싶다. 그런데 또 너무 빨리 크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더보기
#32 손 동작 (2) 몇 주 전부터 한 손을 들고 놀던 온유는 곧 두 손을 들게 되었다. 꼼지락꼼지락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신기한 듯 손가락을 뚫어져라 관찰했다. 자기 손이 저리 신기하고 재미있을까. 질리지도 않고 매일 손을 움직이고 관찰했다. 손을 올리고 내릴 때 웨이브를 주기도 했다. 그 모습이 마치 무림 고수 같아 웃기도 했다. 매일 지치지도 질리지도 않고 새로워하는 것. 그것이 아기가 가진 힘 아닐까. 그 힘으로 온유는 오늘도 자라고 있구나 싶다. 그 성장이 감동이다. 또 우리에게는 위로기도 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돌봄을 통해 우리도 조금씩 능숙해지고 자라고 있을 거라는 위로. 함께 자라가자 온유야. 더보기
#31. 백 일 지난 100일의 육아는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이유를 몰라도 아이는 잘 자라더라. 그걸 알고 나니 아이가 할 일과 우리가 할 일을 구별하게 되었다. 최선을 다했다면, 나머지는 온유에게 맡기게 되었다. 걱정 대신 응원과 믿음을 주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의 양육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될 때까지 온유가 가진 힘을 믿고 응원해 주는 것. 온유가 할 수 있는, 또 해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하려 말아야지. 믿고 응원해주고 그저 함께 있어 줘야지. 지난 100일 우리는 같이 걸어가는 법을 배웠고 앞으로도 계속 배울 것이다. 사랑해 온유야. 더보기
#30. 봄 산책 온유와 봄 산책을 다녀왔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마저 포근했다. 검은색에 가깝던 가지에서 눈부신 연둣빛 잎사귀들이 돋아났고 목련, 동백, 산수유, 개나리… 등 봄꽃들이 사방에서 피어올랐다. 온유에게 보여주고 싶던 봄 풍경이었다. 비록 온유는 포대기에 안겨있느라 잠을 자고 있었지만… 그래도 봄의 공기와 기분을 조금은 느꼈겠지? 온유야, 봄이야. 너의 첫봄. 앞으로 너의 첫 사계절 열심히 구경하자. 우리 산책 하며 살자. 더보기
#29. 손 동작 온유는 요즘 한 손을 들고 있길 좋아한다. 왜 그런 자세를 취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귀엽다는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성장의 증거라 생각하니 귀하다. 요즘 일하러 가기 전 온유와 주먹인사를 한다. 기껏 몇 미터 떨어진 작업방으로 이동하는 것 뿐이지만 출근길에 큰 응원이 된다. 일이 몰려 정신없는 중에 소소한 행복이 늘 가까이에 있어 감사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