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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에게

#28. 손가락 빨기

 

온유를 키우기 전에는 아기를 잘 몰랐다.
그저 귀여운 존재로 인식했을 뿐.

아기는 밥을 먹고 트림을 시켜야 한다는 말에
'아기가 트림도 해? 귀엽게 꺽 하고 하나?'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아기는 방귀 낄 때 사랑스럽게 '뽀~옹' 하는 줄 알았다.
이제는 안다. 아기의 트림과 방귀의 웅장한 소리를.
그 본능적이고 가식 없는 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최근 온유는 손을 빨기 시작했다.
2개월 차 아기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역시나 귀엽게 쪽쪽 빨지 않는다.
격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빤다.
마치 세상에 자신과 손가락만 존재하는 듯.

"쫘압쫘압 후루루룩 쪼옥쪼옥 쭙쭙쭙.."

늦은 밤 어두운 방에 퍼지는 소리에 잠이 깨면 슬쩍 일어나 기저귀를 확인한다.
오줌을 쌌다.
이제 온유는 오줌을 싸고 울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손을 빨며 스스로를 달랜다.
온유는 성장하고 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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