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흐리고 바람 불던 날
대여섯의 아이들이 선생님의 인솔 줄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뒤돌아 걸으며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아이들은 앙증맞은 보폭으로 선생님을 따랐다.
이 귀여운 풍경을 더 놀랍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시선이었다.
선생님, 구름 낀 하늘, 땅에 난 이름 모를 풀, 담벼락 사이로 삐져나온 가지 끝 잎사귀, 지나가는 사람…
아이들은 모두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야무지게 걷고 있었다.
한 곳을 바라보지 않고 가는 그 행렬은 귀여웠고, 경이로웠다.
내 평생 가장 눈을 뗄 수 없는 행렬이었다.
'day by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킥보드 위의 아티스트 (0) | 2016.08.20 |
---|---|
거리두기 (0) | 2016.07.18 |
해결 (0) | 2015.08.29 |
노력 (0) | 2015.08.28 |
시험문제와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0) | 2015.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