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umasong

시옷의 세계 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시옷의 세계 김소연 마음산책 대학시절부터 나는 지식을 얻는 수단으로서의 독서를 즐겼다.한 권에 책으로부터 새로운 관점, 지식, 가설을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그래서일까? 지난 독서 목록들을 뒤적여보니 실용서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그래도 소설은 가끔 섞어 읽었지만 시는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읽었던 때는 고등학생 때가 아니었을까? 그런 내가 책을 읽으며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나의 기억과 연결되는 체험을 하고부터 독서의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시옷의 세계’였다. 내겐 너무 근사한 경험이라 그 대목이 19쪽에 있는 것까지 기억한다.어느 겨울 고층 오피스텔 커다란 창문으로 펑펑 쏟아지는 첫눈을 내다본 기억을 표현한 부분에서어.. 더보기
붉은 산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본관 앞 도로를 지날 때 청소 아주머니들(정확히는 할머니들)께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일하러 나가고 계셨다. "언니야 저기함 바바라. 산이 붉다." "뭐꼬, 퍼뜩온나." "언니, 저기 함 바바라니깐" 하지만 들은 채도 않으시고 묵묵히 길을 가신다. 소녀적 감성을 지니신 할머니와 무지하게 시큰둥하게 반응하시는 할머니의 대화에 웃음이 나왔다.청소해 주시는 할머니가 아니라 누군가의 언니와 동생이시라는 사실에 그분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그렇게 뒷모습을 보다 문득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산은 전혀 붉지 않았다. 더보기
눈꽃여행 2001년 겨울.수능이 끝났고,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1년간 40명 중에 몇 등, 400명 중에 몇 등이니 하는 숫자에 일희일비했었던 나는수십만 명 중에 몇 등이라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숫자 앞에 덩그러니 놓였다.나는 그저 점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수십만 개의 점 중 하나… 그제야 작은 교실에 앉아 3년을 같이 보낸 이들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동지였다는 사실을.경쟁을 해야 했다면 그 대상은 나 자신과 시험 문제 혹은 시험 그 자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덩그러니 남은 무기력함 속에 시간이 흘러갔다.딱히 간절히 열망하는 목표도 없었건만. 그땐 왜 그렇게 힘이 빠져 있었을까?그렇게 2001년의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눈꽃이 보고 싶다"스스로 움직여 갈 마음조차 없으면서 무심코 꺼낸 말이었다.하지만.. 더보기
콰이어트 (Quiet) 삶의 비결은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등불을 켠 책상이 그런 장소일 것이다. -콰이어트 中- 나는 혼자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길 좋아한다. 여기서 좋아한다는 것은 단지 선호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즐긴다는 말이다. 조용하게 있길 좋아하는 나에게 "넌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데? 조용히 혼자 앉아 생각하고, 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끄적거리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시덕거리기도 하는 것이 내게는 휴식이자 오락이다. 운동도 혼자서 집중할 수 있는 달리기나 수영이 참 좋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즐겁다. 하지만 내게는 혼자서 보낼 공간과 시간이 꼭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이.. 더보기
Eden 더보기
keep your direction 인내는 방향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편한 순간에도 역풍을 맞아 한 걸음 디디기도 힘든 순간에도방향만은 지켜내는 것. :) 더보기
앞차 아이들 한 주의 업무를 마치고 대구로 가는 길은 편안하면서도 지루하다. 그날도 편안한 지루함으로 진영을 지나고 있었다. 내 앞을 달리던 차량이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꾼다. 나는 혹시나 다른 차가 내 앞으로 끼어들까 봐 용렬스럽게 차를 붙여서 운전한다. 차가 완전히 차선을 변경하자 나는 얼른 앞차 뒤로 붙는다. '?' 붙어선 자동차의 뒷좌석에는 두 여자아이가 뒤돌아 앉아 있었다. 뒤돌아 앉아 재미난 듯 따라오는 차들을 구경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형제들과 나는 뒤돌아 앉아 목받이 틈 사이로 보이는 차들이 우리를 쫓아오는 악당인 마냥 총 쏘는 시늉을 하며 놀곤 했다.나는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반가웠기 때문일지도.. 더보기
장사의 신 손님이 많이 올까, 줄어들까를 걱정하는 사람과 새로운 서비스를 생각해내는 사람. 어느 가게가 더 잘 될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긍정적이고 이미지화시키는 능력이 강한 사람은 손님이 비에 젖은 채 가게에 들어오는 모습, 그리고 타월을 건넨 뒤에 손님이 "정말 고마워요." 라고 말하며 함께 미소 짓는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어. 그러면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고,실현시킨 그 경험이 자극도 되니까 손님들이 기뻐할 만한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낼 수 있게 되지.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점장이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야. - 장사의 신 中 - 긍정적인 이미지화 능력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뿐 아니라 모두에게 중요한 것 같다. 책에서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눈을 감고 내 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과 이미지들을 상.. 더보기
우유니, 배탈 그리고 밤하늘 울퉁불퉁한 고원 지대 위로 흙먼지를 날리며 덜컹덜컹 한 대의 Jeep가 달리고 있다. 흙먼지 날리는 고원 지대 위로는 시릴 듯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자동차에서는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저마다 풍경을 즐기느라 덜컹거림마저 즐거운 순간에 유독 한 사람... 나는 배를 움켜잡고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다. 그토록 기다렸던 우유니 투어를 하면서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것인가. 이야기는 우유니 투어 둘째 날 아침 식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가이드 부부가 준비해 준 파스타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들의 요리 솜씨는 아주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긴 붉은 호수 앞 테이블에 식탁보를 깔고 고지대의 푸른 하늘 아래 앉아서는 무엇을 먹어도 맛있게 느껴졌으리라. 무튼, 그렇게 식사를 하던 중 나는 속이 메스.. 더보기
Smart Phone. 신입사원 시절 회사의 지원으로 구매했던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이제 거의 3년이 다 되어 간다. 재미있는 것은 3년 된 구형 스마트폰이지만 아직 성능상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완전히 충전한 상태에서 1통의 전화를 5분 이상 하면 전원이 꺼지고,2개의 인터넷 기사를 정독하고 나면 전원이 꺼지고,앵그리버드 4판을 연달아 하고 나면 전원이 꺼지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덕에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에 폰을 꺼내 뒤적거리지 않게 되었다.어차피 꺼내봤자 5분 내로 꺼져버릴 테니까. 가끔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꺼져버린 휴대폰을 켜기 위해 지하철이나 기차역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아놓고 기다리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그래도 가끔 전화기가 꺼져서 발을 동동 구를 때면 항상 생각한다. '6개월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