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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만화

#31. 백 일 지난 100일의 육아는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이유를 몰라도 아이는 잘 자라더라. 그걸 알고 나니 아이가 할 일과 우리가 할 일을 구별하게 되었다. 최선을 다했다면, 나머지는 온유에게 맡기게 되었다. 걱정 대신 응원과 믿음을 주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의 양육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될 때까지 온유가 가진 힘을 믿고 응원해 주는 것. 온유가 할 수 있는, 또 해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하려 말아야지. 믿고 응원해주고 그저 함께 있어 줘야지. 지난 100일 우리는 같이 걸어가는 법을 배웠고 앞으로도 계속 배울 것이다. 사랑해 온유야. 더보기
#30. 봄 산책 온유와 봄 산책을 다녀왔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마저 포근했다. 검은색에 가깝던 가지에서 눈부신 연둣빛 잎사귀들이 돋아났고 목련, 동백, 산수유, 개나리… 등 봄꽃들이 사방에서 피어올랐다. 온유에게 보여주고 싶던 봄 풍경이었다. 비록 온유는 포대기에 안겨있느라 잠을 자고 있었지만… 그래도 봄의 공기와 기분을 조금은 느꼈겠지? 온유야, 봄이야. 너의 첫봄. 앞으로 너의 첫 사계절 열심히 구경하자. 우리 산책 하며 살자. 더보기
#29. 손 동작 온유는 요즘 한 손을 들고 있길 좋아한다. 왜 그런 자세를 취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귀엽다는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성장의 증거라 생각하니 귀하다. 요즘 일하러 가기 전 온유와 주먹인사를 한다. 기껏 몇 미터 떨어진 작업방으로 이동하는 것 뿐이지만 출근길에 큰 응원이 된다. 일이 몰려 정신없는 중에 소소한 행복이 늘 가까이에 있어 감사하다. 더보기
#28. 손가락 빨기 온유를 키우기 전에는 아기를 잘 몰랐다. 그저 귀여운 존재로 인식했을 뿐. 아기는 밥을 먹고 트림을 시켜야 한다는 말에 '아기가 트림도 해? 귀엽게 꺽 하고 하나?'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아기는 방귀 낄 때 사랑스럽게 '뽀~옹' 하는 줄 알았다. 이제는 안다. 아기의 트림과 방귀의 웅장한 소리를. 그 본능적이고 가식 없는 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최근 온유는 손을 빨기 시작했다. 2개월 차 아기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역시나 귀엽게 쪽쪽 빨지 않는다. 격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빤다. 마치 세상에 자신과 손가락만 존재하는 듯. "쫘압쫘압 후루루룩 쪼옥쪼옥 쭙쭙쭙.." 늦은 밤 어두운 방에 퍼지는 소리에 잠이 깨면 슬쩍 일어나 기저귀를 확인한다. 오줌을 쌌다. 이제 온유는 오줌을 싸고 울.. 더보기
#27. 사랑하는 표정 온유의 모든 표정을 좋아하지만 유독 사랑하는 표정이 있다. 바로 똥 싼 후의 표정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름 이유가 있다. 일단 똥을 누면 눈빛이 엄청 순수하고 선량해진다. 마치 이 일은 자기와 무관하다는 듯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다. 그리고 절대 눈을 맞추지 않으며 뒤처리 하는 우리를 외면한다. 심지어 이 모든 상황을 초월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 선하디선한 외면의 표정은 정확히 똥을 눈 순간부터 엉덩이를 씻기고 새기저귀를 입힐 때까지 지속된다. 그리고 뽀송한 기저귀를 입히고 나면 그제야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찡얼거린다. 오줌은 누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인데 신기하다. 덕분에 대소변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으니 우리로서는 고마울 뿐이다. 거기다 웃기고 귀엽기까지 하니 그 표정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더보기
#26 비트박스와 코딱지 흡입기를 만든 분과, 추천해 주신 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온유는 이제 비트박스를 멈추고 시원한 들숨날숨의 즐거움을 되찾았습니다. 더보기
#25 선물 육아는 고단할 때가 많지만 선물 같은 순간도 있다. 온유가 태어난 지 한 달쯤 되던 날이 그랬다. 인간 바운서의 열정적인 헌신에도 울음이 달래지지 않던 새벽이었다. 우리는 온유를 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 아무 이유도 없었다. 그냥 속삭이듯 노래했다. 후렴구에 가서는 우리도 노래에 심취해 화음을 넣기 시작했다. 화음이 시작되자 온유가 갑자기 눈을 맞추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극적인 연출이라니… 피곤이 싹 사라지는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제 온유도 제법 커서 제법 귀를 기울이고 믿기 어렵겠지만 가끔 옹알이로 코러스를 넣기도 한다. ㅋㅋㅋ 온유야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노래하며 살자. 더보기
#24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육아는 가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늦은 밤 통잠 못 자는 아기 재울 때가 그렇다. 아기를 재우고 살금살금 침대로 갈 때의 쫄깃함. 침대에 누워 아기 얼굴을 확인하다 눈이 마주쳤을 때의 서늘함. 가까스로 모든 난관을 뚫고 잠자리에 든지 몇 분만에 터지는 울음소리의 반전까지. 그래서일까? 영화 한 편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잘 만든 영화 못지않은 쫀득함으로 가득하다. 더보기
#23 파티타임 밥 먹고 트림을 시키면 온유가 편하다. 방귀까지 끼면 자는 내내 평안해 보인다. 그러면 우리도 편해진다. 누군가의 방귀와 트림을 이토록 갈망해 본 적이 있던가. 오늘도 우리는 가만히 온유를 안고 앉아 무릎으로 전해지는 온유의 방귀를 느낀다. 뜨끈하다. 오늘 새벽은 편안한 밤이 될 것 같다. 더보기
#22 성장통 신생아의 성장은 놀랍다. 하루하루 눈에 보이게 달라진다. 그러니 성장통이 얼마나 심할까. 아이가 성장통으로 밤새 힘들어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저 옆에 있어 주고 안아주고 먹여주고 기저귀 갈아주는 것뿐. 아이는 스스로 자랐다. 고통을 이겨내며. 신생아조차도. 앞으로도 더 그렇겠지? 어린이가 되어도,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도 우리의 역할은 성장통을 겪던 그 밤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그러니 더 든든히 옆에 있어 줄게. 옆에 있어 주는 걸 연습할게. 매일 달라지는 너의 성장이 기쁘면서도 아쉽다. 지금의 무게, 태지 묻은 얼굴, 동물적인 소리… 모든 게 총알같이 지나간다. 한 번이라도 더 안고 품고 기억할게. 우리만 믿고 세상에 나온 너의 신생아 시절을 축복한다. 온유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