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y by day

문제집, 면바지, 그리고 빈티지



문제집을 처음으로 끝까지 풀었을 (아마 2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너덜해진 책과 손때를 보며 뿌듯함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야 돈값을 했구나 하는 마음도 컸지만 무엇인가를 살뜰히 사용하고 결국엔 마지막 마침표까지 찍었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금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그때의 감정을 요즘엔 3벌의 면바지에서 느끼고 있다.

세벌의 바지는 잠들기 전 '내일 뭐 입지?'하는 잠깐의 생각조차 귀찮아서 요일별로 고정된 옷을 입기 위해 구매한 옷이다. 그게 2010년 겨울의 일이니 3년 동안 입은 셈이다. 이 바지들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꼬박 3년을 입었더니 올해 들어서는 주머니와 바지 끝단 쪽이 헤지기 시작했다. 나는 주머니의 그런 헤진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가끔은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그 느낌이 문제집을 거의 다 풀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묘하게 닮아 있어 재미있다.

이것이 본전을 생각하는 마음인지, 빈티지(?)한 감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느낌이 좋다.

살뜰히 사용하고 마침표를 찍어보는 것. 



'day by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213 DAM  (0) 2014.02.15
가을  (0) 2013.11.16
조준 유도 스티커와 디테일  (0) 2013.10.26
검은 고양이의 허술한 뒷태  (1) 2013.10.26
자유시간  (0)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