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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이미 까마득한 옛날이 되어 버린 대략 20년쯤 전 초등학생 때의 일이다.
점심시간을 앞둔 쉬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에 한 친구가 인디아나 존스에서 본 장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굉장히 길고 장황하게, 또 열정적으로 설명했던 것 같은데
그냥 
눈알이 둥둥 뜨고, 큰 뱀을 찢으면 그 안에서 뱀이 막 튀어나오는데 그걸 막 먹는다는 이야기였다.
분명 자극적인 이야기였음에도 나는 무덤덤했고, 그걸 지나치게 티 내면 친구가 상처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헛구역질이 나오는 척 연기를 하며 친구가 그 장면을 무사히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중에 TV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보게 되었을 때, 그 장면은 나에겐 충격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친구의 설명이 빈약했었는지, 나의 상상력이 부족했었는지 모르겠으나
친구의 구술과 영화의 장면의 임팩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었다고나 할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태엽 감는 새’라는 장편소설에서 묘사한
산 채로 껍질이 벗겨져 살해당하는 장면에 대한 번역자들의 반응이 나온다.
하루키 씨 본인도 해당 장면을 쓸 때 ‘실제로 그 통증(에 가까운 것)을 따끔 따끔 피부에 느낄 정도였다.’라고 말했고,
각국의 번역자들에게서 ‘이 장면을 번역한 덕분에 며칠이나 무서운 꿈을 꾸었어요’하는 불평의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하루키 씨는 그 글을 받고 내심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자신의 묘사가 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된 셈이니까.
얼마나 장면 묘사를 생생하게 잘했으면 악몽까지 꿀 정도일까?
 



그래서 직접 하루키 씨의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태엽 감는 새’는 읽지 않아야지. 
잔인한 장면을 싫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악몽을 꾸고 싶은 맘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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