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에는 어떤 정보가 들어 있을까?
당연히 교과서에서 배운 정보가 들어있다.
그래서 교과서의 정보를 제대로 습득한 학생은 좋은 성적을 얻는다.
여기에 시험의 목적이 있다고 본다. 지식을 얼마나 잘 습득했는지 확인해 보는 것 말이다.
하지만 시험문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정보가 하나 더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바로 '선생님의 선택'이다.
다른 말로 출제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선생님의 출제 경향을 파악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대학 시절 '중국사의 중심과 주변'이라는 강의를 들은 경험을 말하고 싶다. 교양으로 들었던 그 과목은 공대생이었던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였다. 잘 읽히지 않는 어려운 문장으로 범벅된 교재와 수업 시간에 언급되었던 몇몇 책들 그리고, 중간중간 졸음을 참아가며 시청했던 영상까지 시험 범위에 포함된 탓에 시험공부는 더 어려웠다. 나름 정리한다고 했던 노트는 중간중간 졸음을 참았던 흔적이 가득했다.
결국, 나는 수업 시간에 배웠던 정보를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채 시험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는 대신 나름의 방식으로 선생님을 분석하기로 했다. 과목의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선생님은 승자 중심으로 기록된 중국의 역사에서 소외되어야 했던 다양한 민족과 나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편적으로 떠오르는 수업의 내용을 소외된 민족과 나라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꿰매어 서술해 나갔다.
이 분석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결과적으로 A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손쉽게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꿀팁이 있다는 게 아니다.
시험문제도 결국 사람이 내는 것이고 때문에 그 뒤에 숨어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는 분석력을 갖추는 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완성된 제품을 분석하여 설계된 내용을 추적해나가는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이라는 분야가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시험문제를 역공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해 보길 권하고 싶다.
시험문제에 나온 내용을 교과서에서 찾아보고, 그것들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단지 시험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단서들을 기반으로 선생님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읽어보라는 것이다.
그런 분석의 습관은 훗날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많은 일들 뒤에는 결국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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