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진다.
이 물방울들도 처음엔 강물이었다.
빗물로 땅에 내려와 시냇물에서 작은 실개천이 되고 또 강물이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바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바다로 흘러가기 싫었다.
이 땅에 내려온 이유가 바닷물이 되기 위함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안전한 강물을 떠나 마른 땅으로 자신을 흘려보냈다.
그들은 한 방울, 두 방울 모이기 시작했고
이젠 찰랑거릴 정도로 고여있다.
이들은 고민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고여있어야 할까?’
‘몇 방울이 더 모여야 흐를 수 있을까?’
‘어쩌면 이대로 말라 흔적조차 없어지진 않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기대할 수는 있다.
이 ‘기대’라는 녀석은 바다로 가는 확실한 길을 포기한 대신 얻은 보상이다.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기대한다.
그래서 한 방울 두 방울 언제 흐를지 모를 웅덩이를 차곡차곡 채워나간다.
그리고 어쨌든 모든 물은 결국 언젠가 다시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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