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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22 성장통 신생아의 성장은 놀랍다. 하루하루 눈에 보이게 달라진다. 그러니 성장통이 얼마나 심할까. 아이가 성장통으로 밤새 힘들어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저 옆에 있어 주고 안아주고 먹여주고 기저귀 갈아주는 것뿐. 아이는 스스로 자랐다. 고통을 이겨내며. 신생아조차도. 앞으로도 더 그렇겠지? 어린이가 되어도,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도 우리의 역할은 성장통을 겪던 그 밤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그러니 더 든든히 옆에 있어 줄게. 옆에 있어 주는 걸 연습할게. 매일 달라지는 너의 성장이 기쁘면서도 아쉽다. 지금의 무게, 태지 묻은 얼굴, 동물적인 소리… 모든 게 총알같이 지나간다. 한 번이라도 더 안고 품고 기억할게. 우리만 믿고 세상에 나온 너의 신생아 시절을 축복한다. 온유야. 더보기
#21 새로운 나 온유와 밀착해 지내면서 온유를 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의외로 나 자신도 알아가게 된다. 새로운 존재와 부딪히며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인간 바운서로서의 정체성도 그중 하나다. 시작은 엉엉 우는 온유를 달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어라? 그런데 이게 제법 잘 먹히네. 배가 고프거나 똥을 싼 경우 외에는 대부분 아이를 차분히 잠들게 했다. 일단 인간 바운서 기능을 발견하자 자연스럽게 다양한 바운스 모드를 개발하게 되었고, 거기에 BGM 기능과 이야기꾼 기능이 자연스레 추가되었다. 이제는 조금 능숙해져서 바운스를 주며 메모를 하고, 넷플릭스를 보기도 한다. 요즘은 바운서 역할을 하며 온유에게 이야기와 즉흥곡 들려주는 게 재미있다. 대부분 엉뚱한 이야기지만 가끔 괜찮은 이야기가 .. 더보기
#20 어떤 힘 육아 2주 차… 무슨 수를 써도 졸음이 가지 않는 새벽에 힘을 내는 노하우를 하나하나 쌓아간다. 웃음과 노래도 그중 하나다. 우리 부부 사이에서만 통하는 맥락 없는 유머라 ‘그게 왜 웃기지?’ 설명은 못 하지만 싱겁게 웃고 나면 잠도 깨고 힘도 난다. 음악도 마찬가지. 박자도, 음정도, 족보도 없는 즉흥곡을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어깨춤을 들썩이며 육아를 하는 나를 본다. 노동요가 왜 생겼는지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온유야, 싱겁게 웃든, 깨춤을 추든 어떻게든 힘낼테니 너는 그저 건강하게 먹고 싸고 잠자면서 쑥쑥 자라라. 더보기
#19 너를 통해 배워 밤낮으로 돌봄의 역할을 하며 온유를 알아간다. 먹고 싸고 자는 흐름도 조금씩 익숙해진다. 인간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태어나서 모든 것이 처음일 텐데 용케 해낸다 싶다. 어른이 되어 사는 일이 얼추 익숙해진 나는 모든 게 처음인 너를 가끔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하면 공감하게 될 거라 믿는다. 온유를 통해 모든 것을 처음 해보는 존재에 대해 배워가야지. 조금 과장하자면… 사람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길 바란다.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계속해서 처음 해보는 것을 만나 좌충우돌할 테니까. 나도 아빠는 처음이라 우왕좌왕 좌충우돌이겠지만 용케 해낼게. 많이 가르쳐 주라. 잘 부탁해 온유야. 더보기
#17 첫날 밤 출산 후 병원에서 2박 3일을 푹 쉬다 나왔다. 산후도우미를 부르기로 한 우리는 바로 집으로 갔다. 하지만 관리사님은 주말에 일하지 않으셨고, 토요일에 퇴원한 우리는 주말을 셋이서 오롯이 보내야 했다. 조리원에 가지 않은 이유도 셋이서 떨어지지 않기 위함이었기에 우리는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겁도 없이… 용감하게 시작한 첫날 밤… 우린 마치 전쟁터 한복판에 떨어진 것 같았다. 그저 떨어지는 포탄과 총알을 피해 달리고 구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그런 기분. 물론 미리 준비한 무기들은 있었다. 다만 우리가 사용법을 충분히 알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게 첫날밤을 보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온유야, 너랑 하고 싶은 게 진짜 많거든. 진짜 많은데… 일단 꿀잠 먼저 자고 싶다.' 사실 잠을 못 잔 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