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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식물 보살피기 초등학생 때 건물 주차장 한켠에 호박 모종을 심었다. 화단은 아니고 그냥 흙무더기였던 것 같은데 신기하게 호박이 잘 자랐다. 주차장 벽을 따라 쑥쑥 자라는 모습에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 매일 물조리개로 물을 주고 얼마나 컸나 가늠해 보는 게 즐거웠다. 마법의 콩을 심은 제크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이제 곧 거대한 호박이 열릴 텐데 그것을 팔지 아니면 맛있는 호박죽을 해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어느 날… 학교에 간 사이 건물에 사는 어른들이 그 호박을 구석에 옮겨 심어버렸다. 마법의 콩나무 처럼 쑥쑥 자라던 호박은 힘을 잃고 시들시들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라 죽게 되었다. 애정을 담은 첫 식물 키우기는 허무하고 슬프게 끝났다. 그럼에도 호박이 쑥쑥 자라는 것을 볼 때의 즐거움은 아직도 생생하.. 더보기
#03 음악하자 음악은 재미있다. 난 음악을 잘 모르는데도 그렇다. 신기하다. 온유에게도 음악이 즐거우면 좋겠다. 악기가 아니라, 노래 실력이 아니라 그냥 음악 그 자체가 즐거우면 좋겠다. 그래서 온유랑 음악을 많이 듣고 싶다. 춤도 추고, 따라도 부르고 싶다. 우리끼리 말도 안 되는 노래도 만들어야지. 그러다 취향이라는 게 생기면 목록을 만들어야지. 놀이터 가는 길에 부르던 노래, 잠이 안 오는 밤에 듣던 노래, 아침을 알려주는 노래, 꽉 막힌 도로 차 안에서 따라 부르던 노래, 비 오는 날 집에서 다 같이 막춤을 추던 노래, … 음악이 온유의 기억을 더 입체감 있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 안 그러면 또 어때. 함께 듣고, 부르고, 춤추고 즐거웠으면 된 거지. 우리 즐겁게 음악 하고 살았으면 된 거지. 온유야, 우리 음.. 더보기
#02 놀이터 여행 온유가 바깥에서 뛰어놀 만큼 크면 동네 구석구석을 함께 걷고 싶다. 특히 온 동네 놀이터를 다 다녀볼 거다. 여행하듯이. 모래놀이하기 좋은 놀이터, 해적선 놀이터, 방방 놀이터, 숲속 집 놀이터, 부엉이 놀이터… 등 이미 우리가 답사한 놀이터도 한가득이다. 놀이기구를 하나하나 다 타보고 함께 일기를 쓸 거다. 어떤 기분이었는지, 뭐가 재미있었는지, 어떤 친구를 만났는지 기록해야지.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우리만의 놀이터 지도를 만들어야겠다. 어디를 여행하든 그 동네 놀이터를 굳이 들려야지. 그래서 전국 놀이터 사전도 만들어야겠다. 아이와 우리는 놀이터 전문가가 되겠지? 우리만의 놀이터 취향이 생기겠지? “오늘은 비가 오니 어느 놀이터에 가볼까?” “오늘 같은 기분에는 이런 놀이터가 좋겠다.” 같은 대사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