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mart 더보기 붉은 산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본관 앞 도로를 지날 때 청소 아주머니들(정확히는 할머니들)께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일하러 나가고 계셨다. "언니야 저기함 바바라. 산이 붉다." "뭐꼬, 퍼뜩온나." "언니, 저기 함 바바라니깐" 하지만 들은 채도 않으시고 묵묵히 길을 가신다. 소녀적 감성을 지니신 할머니와 무지하게 시큰둥하게 반응하시는 할머니의 대화에 웃음이 나왔다.청소해 주시는 할머니가 아니라 누군가의 언니와 동생이시라는 사실에 그분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그렇게 뒷모습을 보다 문득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산은 전혀 붉지 않았다. 더보기 눈꽃여행 2001년 겨울.수능이 끝났고,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1년간 40명 중에 몇 등, 400명 중에 몇 등이니 하는 숫자에 일희일비했었던 나는수십만 명 중에 몇 등이라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숫자 앞에 덩그러니 놓였다.나는 그저 점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수십만 개의 점 중 하나… 그제야 작은 교실에 앉아 3년을 같이 보낸 이들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동지였다는 사실을.경쟁을 해야 했다면 그 대상은 나 자신과 시험 문제 혹은 시험 그 자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덩그러니 남은 무기력함 속에 시간이 흘러갔다.딱히 간절히 열망하는 목표도 없었건만. 그땐 왜 그렇게 힘이 빠져 있었을까?그렇게 2001년의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눈꽃이 보고 싶다"스스로 움직여 갈 마음조차 없으면서 무심코 꺼낸 말이었다.하지만.. 더보기 이전 1 ··· 64 65 66 67 68 69 70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