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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쑥쑥 자라네 밀린 작업으로 정신없는 사이 온유는 쑥쑥 자랐다. 끙끙거리며 뒤집기를 연습하더니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기를 하게 되었다. 이제 잠깐 한눈만 팔면 뒤집어 있을 정도다. 뒤집고 끙끙거려 안쓰러운 맘에 눕혀 놓으면 또 바로 뒤집고 혼자 끙끙거린다. 안쓰러운 건 부모 사정이고 자신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을 테지. 되집기, 배밀이, 기고, 앉고, 걷는 것 모든 게 기다려진다. 빨리 보고 싶다. 그런데 또 너무 빨리 크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더보기
#32 손 동작 (2) 몇 주 전부터 한 손을 들고 놀던 온유는 곧 두 손을 들게 되었다. 꼼지락꼼지락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신기한 듯 손가락을 뚫어져라 관찰했다. 자기 손이 저리 신기하고 재미있을까. 질리지도 않고 매일 손을 움직이고 관찰했다. 손을 올리고 내릴 때 웨이브를 주기도 했다. 그 모습이 마치 무림 고수 같아 웃기도 했다. 매일 지치지도 질리지도 않고 새로워하는 것. 그것이 아기가 가진 힘 아닐까. 그 힘으로 온유는 오늘도 자라고 있구나 싶다. 그 성장이 감동이다. 또 우리에게는 위로기도 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돌봄을 통해 우리도 조금씩 능숙해지고 자라고 있을 거라는 위로. 함께 자라가자 온유야. 더보기
#31. 백 일 지난 100일의 육아는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이유를 몰라도 아이는 잘 자라더라. 그걸 알고 나니 아이가 할 일과 우리가 할 일을 구별하게 되었다. 최선을 다했다면, 나머지는 온유에게 맡기게 되었다. 걱정 대신 응원과 믿음을 주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의 양육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될 때까지 온유가 가진 힘을 믿고 응원해 주는 것. 온유가 할 수 있는, 또 해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하려 말아야지. 믿고 응원해주고 그저 함께 있어 줘야지. 지난 100일 우리는 같이 걸어가는 법을 배웠고 앞으로도 계속 배울 것이다. 사랑해 온유야. 더보기
#65. <뻥! 나도 축구왕> 이야기 (1) 어려서부터 축구가 좋았다. 그래서 언젠가 축구 이야기를 꼭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2018년 김혼비 작가님의 를 읽게 되었다. 즐겁게 마지막까지 읽고 난 후 굉장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 지금까지 항상 남자끼리만 축구했네?' 더 놀라운 것은 그게 이상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 남중, 남고를 나왔으니 그때는 그렇다 쳐. 초등학교 때는 왜 그랬을까? 체격의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붙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야기에서는 남자축구, 여자축구가 아닌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방향을 잡고 원고를 만들기 시작했다. 더보기
#30. 봄 산책 온유와 봄 산책을 다녀왔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마저 포근했다. 검은색에 가깝던 가지에서 눈부신 연둣빛 잎사귀들이 돋아났고 목련, 동백, 산수유, 개나리… 등 봄꽃들이 사방에서 피어올랐다. 온유에게 보여주고 싶던 봄 풍경이었다. 비록 온유는 포대기에 안겨있느라 잠을 자고 있었지만… 그래도 봄의 공기와 기분을 조금은 느꼈겠지? 온유야, 봄이야. 너의 첫봄. 앞으로 너의 첫 사계절 열심히 구경하자. 우리 산책 하며 살자. 더보기
#29. 손 동작 온유는 요즘 한 손을 들고 있길 좋아한다. 왜 그런 자세를 취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귀엽다는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성장의 증거라 생각하니 귀하다. 요즘 일하러 가기 전 온유와 주먹인사를 한다. 기껏 몇 미터 떨어진 작업방으로 이동하는 것 뿐이지만 출근길에 큰 응원이 된다. 일이 몰려 정신없는 중에 소소한 행복이 늘 가까이에 있어 감사하다. 더보기
#28. 손가락 빨기 온유를 키우기 전에는 아기를 잘 몰랐다. 그저 귀여운 존재로 인식했을 뿐. 아기는 밥을 먹고 트림을 시켜야 한다는 말에 '아기가 트림도 해? 귀엽게 꺽 하고 하나?'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아기는 방귀 낄 때 사랑스럽게 '뽀~옹' 하는 줄 알았다. 이제는 안다. 아기의 트림과 방귀의 웅장한 소리를. 그 본능적이고 가식 없는 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최근 온유는 손을 빨기 시작했다. 2개월 차 아기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역시나 귀엽게 쪽쪽 빨지 않는다. 격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빤다. 마치 세상에 자신과 손가락만 존재하는 듯. "쫘압쫘압 후루루룩 쪼옥쪼옥 쭙쭙쭙.." 늦은 밤 어두운 방에 퍼지는 소리에 잠이 깨면 슬쩍 일어나 기저귀를 확인한다. 오줌을 쌌다. 이제 온유는 오줌을 싸고 울.. 더보기
#27. 사랑하는 표정 온유의 모든 표정을 좋아하지만 유독 사랑하는 표정이 있다. 바로 똥 싼 후의 표정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름 이유가 있다. 일단 똥을 누면 눈빛이 엄청 순수하고 선량해진다. 마치 이 일은 자기와 무관하다는 듯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다. 그리고 절대 눈을 맞추지 않으며 뒤처리 하는 우리를 외면한다. 심지어 이 모든 상황을 초월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 선하디선한 외면의 표정은 정확히 똥을 눈 순간부터 엉덩이를 씻기고 새기저귀를 입힐 때까지 지속된다. 그리고 뽀송한 기저귀를 입히고 나면 그제야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찡얼거린다. 오줌은 누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인데 신기하다. 덕분에 대소변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으니 우리로서는 고마울 뿐이다. 거기다 웃기고 귀엽기까지 하니 그 표정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더보기
#26 비트박스와 코딱지 흡입기를 만든 분과, 추천해 주신 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온유는 이제 비트박스를 멈추고 시원한 들숨날숨의 즐거움을 되찾았습니다. 더보기
#25 선물 육아는 고단할 때가 많지만 선물 같은 순간도 있다. 온유가 태어난 지 한 달쯤 되던 날이 그랬다. 인간 바운서의 열정적인 헌신에도 울음이 달래지지 않던 새벽이었다. 우리는 온유를 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 아무 이유도 없었다. 그냥 속삭이듯 노래했다. 후렴구에 가서는 우리도 노래에 심취해 화음을 넣기 시작했다. 화음이 시작되자 온유가 갑자기 눈을 맞추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극적인 연출이라니… 피곤이 싹 사라지는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제 온유도 제법 커서 제법 귀를 기울이고 믿기 어렵겠지만 가끔 옹알이로 코러스를 넣기도 한다. ㅋㅋㅋ 온유야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노래하며 살자. 더보기